하루

 | 단상
2009. 1. 23. 02:37
새벽 6시에 잠이 들었다.
그냥 별일 한 것은 아니고 어제 술을 마셔 바로 자면 살찔거라는 생각에 늦게 잔다는게 잘 시간을 놓쳤다.
아홉시에 일어났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고 커피 마시고 어머니 차에서 들으실 시디 한장을 구웠다.
간신히 정신을 챙기고 어머니랑 같이 아버지 산소에 갔다.
아버지 산소까지 풀타임으로 운전한건 처음이었다.
차안에선 훈훈했다. 구운 시디를 다행스럽게도 어머니가 좋아하셨고
노래도 따라부르고 바보같은 친구들과 내 이야기도 했다.
또 성질급한 모자 앞을 가로막는 모범운전자를 추월하며 욕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윽고 시골에 도착.  할아버지 할머니 작은아버지 산소에 들렀다가
아버지 산소에 도착했다.

올해 우리집은 좋은 출발을 했는데 그건 순전히 광주에서 주부생활을 하는 내 덕분이 아니라
8년만에 의사면허를 취득한 누님 덕분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 무덤 앞에서 고맙다고 하셨다. 덕분에 누나 잘 가르칠 수 있었다고...
난 온전한 감정으로 그 장면을 못 보겠길래 산소 끄트머리에서 찔끔거리며
지난 8년을 생각했다.
어머니 일생에 있어서 가장 모진 8년이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주식문제로 소송이 오가고 어머니는 그 와중에 수술을 두번이나 하셨으니...
그 한을

난 아주 조금밖에 이해 할 수 없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만난건 29년전 쯤이다.
20년을 만났고 20년 후 헤어져 9년이 되었다.
오늘 산소에서 그 가늘고 긴 모진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부부가 서로 토닥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머니는 오늘 지난 8년동안 당신 등에 지고 계셨던 가장으로서의 짐을 아버지에게 돌려드리는 듯 했다.
이걸로 한결 어머니가 밝아지셨으면 좋겠다.

집으로 와서
나는 자고
어머니는 친구를 만나시고
일어나서 밥을먹고
요즘에 하시고 계신 어머니 영어공부를 도와드렸다.
어머니는 F발음이 어렵다고 화를 내셨다.
우리 엄마는 욕을 맛깔나게 하시는 편인데
아마 F발음도 영어 욕을 알려드리면 잘 하시려나...



Posted by bassa

아버지 제사.

 | 단상
2009. 1. 15. 01:18
오늘은 아버지 제사였다.

벌써 8번째 제사를 지내지만

언제나 이날이면 우리 집에는 묘한 공기가 흐른다.

풍습이라면 풍습이지만

절을 올리고 나서 삼촌들이랑 빙 둘러 서서 2001년도 아버지가 한창 아프셨을때 이야기를 하곤 한다.

햇수가 더해지지만 같은 이야기가 회자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그런 이유로 매해 같은날 같은 사람들이 모여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8년이 흘렀지만

사진은 나이를 먹지 않았다.

정장입은 모습과 거칠게 합성을 한 아버지의 싱싱하고 어설픈 영정사진 앞에서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를 조금씩 닮아가는 나에 실루엣이

그렁그렁하였다.



Posted by bas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