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말라갈 즈음

 | 단상
2008. 6. 16. 11:46
신학원에 피어있던 장미가 다 졌다.

아무래도 더워진 날씨탓도 있겠지만  아마 종이 그러한 것이었으리라 생각해본다.

장미는 벚꽂처럼 단번에 꽃잎을 날려버리지 않았다.

하나 두개씩

한번에 하나씩 두개씩  혹은 봉오리에서 말라 달라붙은 것들도 있었다.

그렇게 장미는 계절의 바뀜을 은근하게 증거해 주었다.

문득 장미가 거의 저물어 버렸다는 사실이, 그동안 보낸 시간의 빠르기 만큼 마음을 스잔하게 했다.

부질 없는 짓인줄 알지만 지나간 써내려간 글들을 읽고  나를 위해 씌여진 글들을 읽었다.

하나의 손짓으로 모두 움켜쥐지 못했던 기억의 편린들이 여전히 날을 퍼렇게 세운채

나를 쇠잔하게 하였다.

뒷짐을 지고 눈에 보이는 타버린 마음의 연기를 내 뿜으며

떨어진 장미잎을 쳐다 보았다.

누구도 치우지 않은 장미잎은 저마다 떨어진 시간에 맞추어 색을 바꾼채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다.

문득 참 예쁘다...하였다.

막연한 연민이 마음속이 피어오르고

이내

다시금 오늘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Posted by bas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