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추석

여기는 또 하나의 태풍이 밀려온다.

지난 태풍의 한가운데 그곳에 있었다.

일을 시작할즘에 시작된 비는

어느새 물이 허리께에 찰만큼 퍼부었고

그 물살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그 홍수의 한가운데에서 헤엄을 치고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들의 천진 난만함이 예뻤고

그 이유가 해변에 갈 돈이 없어 평생 처음 하는 수영이어서 일꺼라는 설명을 들었을때 가슴이 아팠다.

두번째

내가 사는 곳은 지대가 높기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이 나를 안도하게 했지만

집에 도착해서 인터넷을 확인한 수해의 현장은 참혹하였고 안도했던 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래서 불행히도 나는 수해현장에서 웃는 필리피노들의 모습을 보며

필리핀 사람들은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거라고 말했던 한 필리핀 형제의 말에

동의하지 못했다.

물론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행복해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어느 곳에나 인간으로 누려야 할 기본적인 행복의 기준이 되는 척도가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그 척도를 밑도는 현장의 참혹함과

이 나라에서 과연 재해 보상금이 나올까 하는 의심과

웃으며 헤엄치는 혹은 티비 카메라를 향해서 물을 퍼내다 말고 브이를 그리는 천진한 사람들이

잠겨버린 집을 되찾기 위해

얼마만큼 박봉의 일을 반복해야 하는지... 조금은 헤아리고 싶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와는 상관없이

언제고 희망을 품에 안고 언젠가는 다시금 한껏 웃어보일것이다.

그리고 가족을 불러 모여 앉아

맛있게 밥을 먹을 것이다.


한가위

그것은

찾아오고야 만다.


아무쪼록

이땅에 그 시간이 빨리 오길 빌며....


Posted by bassa